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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과 온라인 수업 이야기(장소연 / 서전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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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석샘 댓글 0건 조회 3,642회 작성일 20-10-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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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한다, 정년퇴직을!

- 50대 국어교사가 온라인 수업에서 살아남기

장소연 서전고등학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며 지구촌이 전쟁터로 변했다. 학교도 전쟁터가 되었다. 적어도 50대 국어교사인 나에겐 정말로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선 전쟁이었다.

원래 태생부터 기계나 전자제품과 친하지 않다. 좋아하질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이건 꼭 있어야 하는 거라고, 이거 없는 집 없다고, 안 쓰면 후회한다고 강요하다시피 해야 마지못해 산다. 옷 입는 감각도 유행과 거리가 멀다. 대신 한번 사면 오래 쓴다. 고장 날 때까지 쓴다. 결혼할 때 산 냉장고, 세탁기도 20년을 훌쩍 넘겨 썼고, 침대도 26년만인 작년에 바꿨다. 휴대전화도 고장 나기 전엔 바꾸지 않는다. 학교도 바뀌는 게 싫어 지난 학교에선 무려 8년을 근무했다. 지루하거나 지겹지 않았다. 게으르다고 해야 하나 한결같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나의 성격은 사람도 오래 알던 사람이 좋고, 물건도 쓰던 것이 좋다. 그래서 정년퇴직이 가장 큰 소망이다. 지금까지 30년을 교사로 살았듯이 앞으로도 계속 교사로 살고 싶다. 맘 같아서는 죽을 때까지 선생 노릇을 하고 싶지만 62세가 되면 퇴직을 해야 하니, 그때까지 주변 선생님들께 폐 끼치지 않고 아이들한테 미움받지 않으며 학교 생활하다 정년퇴직을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지금까지는 수업이나 업무나 아이들과의 관계나 나름 꽤 괜찮았다. 큰 공은 없었어도 큰 과도 없이, 좋은 선생님들, 착한 아이들과 함께 즐겁고 보람 있는 학교생활을 해왔다.

그 런 데,

온라인 수업을 하란다. 청천벽력!!!

나의 삶을, 일상을, 일을 코로나 19’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라는 듣보잡은 발 들이고 싶지 않은 온라인의 세계로 나를 밀어 넣었다.

 

온라인 개학 며칠 전 - “온라인 개학은 어떻게 하는 겨라고 할 때 - 전 교사가 모였다. 언제 준비했는지 젊은 교사가 나와 온라인 수업은 무엇인지, 어떤 플랫폼들이 있는지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해 주었다. 기계치인 나는 뭔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우선 EBS 온라인 클래스에 가입하고 EBS는 고3 수능 수업 준비할 때 들어가 봐서 좀 익숙했다. - 학년 부장들이 만든 방에 들어가 하라는 대로 방을 만들었다. 이 방에 EBS 강사들이 하는 수업 영상을 복붙하면 된단다. 그럼 이게 나의 수업인가, 이 강사들의 수업인가? 찝찝하다.

다음 날, 소통 메시지가 왔다. 쌍방향 수업 방법을 알려 줄 테니 보내 주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설치하고 오란다. 열어 보니 온통 영어로 뭐라 뭐라 쓰여 있다. 둘 중에 고르는 것도 있다. 뭘 눌러야 하지? 자신이 없어 옆자리 젊은 유 선생한테 자긴 다운 다 받았어? 잘 돼?”하니 싹싹한 유 선생, “부장님, 제가 다운 받아 드릴게요. 시간 좀 걸려요.” 한다. 우와, 무지 고맙다.

 

이튿날, 또 모였다. 이번엔 노트북을 갖고 모이란다. 어제 다운 받은 것을 활용해 생생한 쌍방향 수업을 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을 알려 준단다. 거꾸로 수업을 해봤거나 온라인 수업 경험이 있는 교사 몇몇이 모여 원격수업지원팀을 꾸렸단다. 모둠별로 그 선생들이 돌아다니며 알려주었다. 순서를 못 쫓아가서 뒤늦게 따라잡느라 진땀 뺐다. 그래도 몇 번의 고비를 넘기자 내 얼굴이 나오고 선생님들 얼굴이 나오고 목소리도 들렸다. 신기했다. 그런데 이렇게 50분간 20여 명의 아이들과 수업을 하라고? 판서는? 모둠 토의는? 내가 회의방도 만들어 아이들을 초대도 해야 해? 마뜩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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