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_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한 학교와 지역의 새로운 관계 구축(공주대 양병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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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석샘 댓글 0건 조회 5,134회 작성일 19-01-20 12:20본문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한 학교와 지역의 새로운 관계 구축
양병찬 (공주대)
1. ‘주민’과 함께 새로운 모색
학교 현장에서 ‘마을과 함께’라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는 결국 교육이 학교만의 과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모든 영역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원래 교육과 돌봄은 그 지역의 공동 과제였다. 그러나 근대 학교의 등장과 함께 교육은 국가 책무로 이관되었고 지역과도 분리되었다. 더욱이 급속한 도시화로 인하여 마을의 공동체는 약화되었고, 학교는 학생들의 앎과 공동체적 삶을 통합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지역과 학교 공히 여러 가지 교육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근래 많은 교육청들이 학교와 지역의 연계 사업으로 ‘마을교육공동체’를 도입하면서, 위기에 직면한 한국 교육계에 이 개념이 새로운 전략으로 채택되었다. 이는 경쟁적 교육에서 벗어나 함께 배우는 공동체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또한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마을)과의 연계를 핵심 과제로 삼는다.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모든 교육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인양 과대 평가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단순 프로젝트로 인식하여 교사들에게 ‘또 하나의 짐’으로 이해되기도 하여 그 개념의 풍부함을 빼앗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마을교육공동체 사업’과 서울시 교육청 ‘마을결합형학교’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는 마을과의 협력 혹은 연계를 통해 학교 혁신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사업은 학교 혁신의 중요한 고리로 ‘지역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양병찬, 2014: 106). 혁신학교 벨트화를 추진하는 양평 서종 지역에서는 “그동안 내부의 공동체 형성에 집중했다면, 이제 학교 밖으로 적극적으로 나와 지역성을 키워야 한다(서용선 외, 2015 : 49).”고 강조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성공한 혁신학교의 자연스러운 발전 방향(위의 책, 65)”이라는 인식은 “마을이 아이를 함께 기르는” 정신의 확산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지역 공동체들이 함께 마을의 아이들을 키우는 고유의 방식으로 진행되던 다양한 마을교육공동체 운동들에 함축되어 있는 학교와 지역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단순한 사업이나 정책의 개념만으로 볼 수 없는 것으로 지역과 교육의 관계를 중심으로 지역마다 다양한 실천 활동들로 구현되었다. 오늘날 많은 영역에서 주민들의 실천 활동들이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교육영역에서 작은도서관운동을 비롯하여 공동육아, 마을학교, 학습마을, 학습동아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의 교육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 안에서’ ‘정규교육’ 과정에 제한하여 교육적 에너지를 올인 하였던 학교도 마을로 시선을 돌리고 주민들의 역량에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모색을 시작하고 있다.
2. 학교로의 자원 동원에서 지역 교육 네트워크로
대부분의 마을교육공동체론은 학교를 위하여 지역 자원을 동원하는 ‘학교 중심’의 마을교육공동체를 추구한다. 이러한 논의는 지역이 학교보다 더 다양한 교육 ‘경험’ 자원들을 제공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학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학교밖 학교’나 ‘마을이 학교다’ 등의 슬로건을 앞세워 지역 자원을 학교에 요청하는 실천들이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방과후교육을 비롯하여 돌봄교실, 진로체험, 문화예술교육, 교육복지 등 다양한 명칭으로 진행되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 학교로서는 지역의 자원을 동원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서 돌아볼 것이 있다. 학교를 위한 자원 동원이 학교에 새로운 짐을 얹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학교를 위해’ 하는 일인데 다시 ‘학교의 부담’이 가중되는 모순이 생긴다.
이 모순의 원인은 학교밖의 물적·인적 자원을 근대 학교의 방식으로 선별 동원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방식은 언제나 학교가 먼저 발신하고 지역은 수동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학교는 계획을 짜고 주민은 참가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지역은 학교 계획에 의거해 모든 것을 맞춤형으로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학교로서는 이러한 자원 동원으로 인해 학교 안에서의 행정 처리 등으로 몸살을 앓게 된다. 이 방식은 학교라는 전문적 공간에서만 교육적 사무를 다 처리할 수 있었던 19-20세기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연히 학교에는 더 많이 일들이 몰려오고 있고 교육적 대응이 아닌 행정적 대응으로 기운을 다 빼게 된다. 이제 학교는 교과 교육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다 학교에서 한다는 식으로는 죽도 밥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학교는 더 수렴적으로, 지역은 더 확장적으로 아동의 교육 경험을 깊이 그리고 넓게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또한 이 방식은 현재 지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원과 주체들의 주체성, 자율성, 협력성, 생태성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발현되기가 쉽지 않다. 21세기 초연결 시대에 다양한 교육적 경험의 가능성이 점점 풍부해지는 지역사회에서 학교와 지역의 관계성을 구조적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지역사회의 교육자원을 시스템적으로 연결하는 교육 네트워크의 구조를 구상해야 하지 않을까. 일리치(I. Illich, 1970)가 탈학교론에서 제안했던 ‘학습망(Learning Web)’을 통해서 독점적·관료적 근대학교에서 협동적·실천적 교육네트워크로의 전환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구상을 다시 제안한다.
3. 학교의 짐을 사회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
지난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확인한 것처럼 우리 사회는 경쟁교육, 사회불평등 재생산 등의 교육모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계속 경쟁하는 교육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함께 배우는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이는 학교만의 과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이기 때문에 어른들의 각성과 참여가 필요하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와 지역이 연계하여 좋은 교육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음을 사회에 발신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학교에서 지역까지, 교사로부터 지역 주민에게로 그 운동의 범위와 주체를 넓혀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지역의 교육적 문제 해결은 학교와 지역과의 협력을 통해서 가능함을 많은 교육실천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은 우리 마을에서 책임진다.”는 지역 주민들의 주체적 의지와 역량이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원론적인 수준이 아닌 실제 학교와 지역이 함께 공동의 목표를 추진해나가기 위한 체계적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서로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 때 학교는 지역주민들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또한 지역은 지역의 학교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은 계속해왔지만 막상 연계·협력 사업을 함께 하자면 협력체계 구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 주체별 역할은 무엇인지, 함께 할 사업의 내용은 무엇인지 등과 관련해서 막연함을 느낀다. 선구적 지역 교육공동체들의 사례에서 발견한 것은 지역과 학교의 협력 활동은 대단히 구체적이며, 다양한 지역 주체들과 학교의 협력이 지속적이고 구조적이라는 것이다. 학교는 지역의 협조를 얻기 위해 지역과 함께 논의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관계 맺음에서 출발하며, 지역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학교 교육 활동의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리해가야 한다. 이 과정들이 주민들에게는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학습과정으로 지역 스스로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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