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이후 우리교육의 미래(황영동 / 새넷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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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석샘 댓글 0건 조회 3,661회 작성일 20-10-24 21:43본문
코로나 이후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논의
황영동
둔대초등학교장
1. 주기적으로 해왔던 질문 그리고 기억상실
이번 코로나 19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부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공공 의료체계가 잘 작동되었고,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체계, 감염자 관리 등은 외국과 비교 되었습니다. 우리보다 나을 거라는 많은 선진국이 여겼던 나라에서 대혼란이 일어났습니다. 그 어려웠던 나라의 핵심적인 특징은 공공재 부재였습니다. 공공성은 국가의 참 중요한 속성이라는 사실이 부각되었습니다. 코로나19는 개인의 생존에 개인이 속한 국가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전세계인들이 국가별로 비교하며 체감할 수 있게 해 준 미증유의 사건입니다. 개인을 보호해주는 것이 바로 (국가)공동체였습니다(이성회, 2020). 한
학교가 가지는 공공성은 질곡의 역사입니다. 과거 우리 교육계는 충효사상으로 변색된 국가 이데올로기와 입신양면 외 특별한 교육적인 지향이 없었습니다. 대안으로 제시된 새로운 교육정책도 학생 개인에 중심을 두었습니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교육정책으로는 인권교육, 자기주도학습, 개인역량강화, 심리상담 중심의 교육적 처치 등입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 교육계가 관심을 덜 가진 부분입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질서와 공공선(common good)의 창출이란 사회의 공동의 목적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 다양성의 보장을 논의하는 유기체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을 놓치고 있는 듯합니다.(이성회, 2020). 공공선의 창출은 지금도 코로나 이후도 지속해야 할 과제입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으며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으로 확산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 교육은 세속적인 성공보다 시민적인 소양을 강조해야 하며, 남과 더불어 사는 민주성이나 윤리성, 그리고 미래를 개척할 새로운 역량을 기르는데 지금 학교는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이 자리에서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다음은 교육계에서는 아주 오래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신기술은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라는 신화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산골 분교에 화상 수업이 도입되고 본교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친구와 소통하는 장면이 9시 뉴스에 크게 보도된 바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교육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기자의 멘트가 생각납니다. 그 이후 3개월 후 그 화상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후속 기사가 나왔습니다. 한 아이의 이 한 마디 “저는 진짜 선생님과 친구가 필요해요”라는 말에 시공 초월의 역사적 순간은 일단락됩니다.
미국의 교육학자 Cuban(1986)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신기술을 교육에 적용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 교육에 적용하려던 신기술은 ‘열광-실망-비난’의 반복된 사이클을 형성한다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동안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우리 곁에 겉돌다가 어느 시점에 훅훅 교실로 들어옵니다. 텔레비전, 실물화상기, 컴퓨터, 인터넷 등이 학교에 도입될 때마다 주기적 기억 상실증(cyclic amnesia)에 걸리는 현상을 반복하였습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의 교육에 접목된 신기술이 그 이전과 다른 점은 최단 시간에 전면적으로 격렬하게 수용되어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기술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거라고 열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다가 실망하고 나중에는 비난합니다. 예전에도 그랬습니다.
학부모들은 코로나 19로 인하여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하는 자녀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자녀가 원격수업을 듣는 모습을 지켜본 학부모들은 “아무리 훌륭한 원격수업이라도 등교 수업을 듣느니만 못하다.”라고 주장합니다. 온라인 교육이 주는 장단점에 대해서는 학부모들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온라인 교육을 사교육으로 경험한 학부모가 많으며, 자녀를 온라인 사교육 시키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학교 행정을 관장하는 교장으로 지난 몇 개월 동안 참 특이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3월부터 학교는 지연되는 개학일에 맞춰 여러 차례 교육계획을 수정하면서 등교를 준비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대응 계획으로 교육부, 질병관리본부, 일선 학교는 고군분투하였습니다.
교육부가 긴박하게 변화하는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기존 공문 전달체계는 건너뛴 채 언론으로 국민들에게 직접 공표하는 방식을 취한 덕에 학교는 공문보다 앞선 뉴스 보도에 촉각을 세운 채 시시각각 변하는 매뉴얼과 지침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언론 보도 내용을 근거로 학교는 새로이 계획을 수립하고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나면 공문은 며칠 후에나 뒤늦게 도착하였습니다. 네이버 공문, 카카오 공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그 과정속에서 그동안 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믿었고 지키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던 법적 절차는 이번 코로나 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수업 시수, 수업일수, 정보공시, 각종 보고 사항 등입니다. 원격수업은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진도 나가기 식으로 잘 안됩니다.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교육적 관점은 더 분명해 보였습니다. 학생의 자기 주도학습력, 교사의 학습에 대한 책임이 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교육청의 중요 업무인 연수와 장학은 거의 작동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원청의 연수와 장학이 사라져도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 활동에 흔들림이 없었습니다(한상훈, 2020). 지금 고민 하시겠지만 교육청이나 교육부도 새로운 역할을 찾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육의 불평등은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더 넓고 깊숙이 진행되고 있으며 가정 속으로 숨어 들어가 확인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어떤 교사는 “안갯속을 헤매는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새 학기를 준비하던 2월에 학교 개학이 이렇게 늦춰지리라고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미래학자의 말에 의하면 10년 이후의 미래를 예측해서 맞출 확률은 0에 가깝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 교육의 전망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기보다 미래에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3월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현상과 그 현상의 의미를 말씀드리며, 전망은 이 자리에 있는 분의 몫으로 남길까 합니다.
2. 학교, 그 존재의 이유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학교 교육을 바라보는 다양한 입장이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학교 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기간 정상 등교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동안 홈스쿨링에 뜻을 두고 있었지만 두려웠던 몇몇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발판으로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막상 해보니 할 만하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주체로서 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는 두 가지의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이해 당사자가 자기 성찰을 해서 흐름에 대처하는 능동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둘째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모색하여 해결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정말 위기의식이 많습니다. 이러다가 학생들이 정말 오랫동안 안 와서 학교가 필요없다고 할까 봐 걱정이었습니다.
코로나로 학교의 존재 이유는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이 모이는 장으로서 그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한 달 전 우리 학교 학생 십여 명이 학교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교장실에서 반가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놀란 선생님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장인 저에게 물었습니다. 방역지침 상 학생들을 돌려 보내야 하는데 얼마나 놀고 싶었으면 학교에 왔을까 하는 맘에 뭐라고 말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방역이 우선이라 운동장에서 축구 하던 학생들의 마음을 최대한 보듬으며 설득했습니다. 돌아가려던 학생 중 한 아이가 "언제 학교 나와요?" 라고 물었습니다. 무척이나 반가운 말이었습니다. 다행이다.
첨부파일
- 특집_코로나 이후 우리 교육의 미래 새넷 황영동.pdf (145.4K) 3회 다운로드 | DATE : 2020-10-24 21: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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