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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나누기 정보더하기 충현중 안상임 선생님의 과학수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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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석샘 댓글 0건 조회 3,705회 작성일 21-03-0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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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안상임(충현중학교 과학 교사)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은 묻지 않았다. 왜 그걸 배워야 하느냐고, 왜 그걸 가르치느냐고……. 10여 년 전 교과서에 없는 질문에 익숙하지 않던 내게 훅 들어온 그 물음이 20여 년 동안 해오던 나의 수업을 완전히 바꿔 놓았었는데 이젠 아무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미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내가 묻는다. 너희들은 이걸 배워서 뭐 할 건데?

 

1년의 수업계획을 세울 때 이 아이들과 수업에서 무얼 할까,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면 좋을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올해는 모두에게 멘붕이었다. 2020년 뭘 시작도 하기 전에 내 옆의 동료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세 달 남짓의 시간을 보내고 반강제로 온라인수업이란 걸 시작하게 되고 실로 오랜만에 아이들 없이 홀로 수업해도 되는 편한 맛만 본 것 같았다. 아이들은 그저 과제로 또는 댓글로만 존재할 뿐이었고 수업의 결과는 오롯이 아이들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고 아이들이 잘 배우고 있는지를 살피기란 내 영역 밖의 일인 것만 같았다. 그렇게 1학기를 말아먹고, 2학기엔 그나마 줌으로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되면서 다시 뭐라도 해볼 이유를 찾게 되었다.

 

난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친다. 올해 학년 부장을 맡게 되어 3학년 8개 학급을 다 들어가고 싶은 욕심에 4단위 수업을 2단위로 나누어 주당 2시간씩 아이들과 만난다. 우리가 먹고사는 모든 것이 다 과학이라고 생각하면 좀 오버겠지만 어쨌든 과학 시간만이라도 그걸 깨닫게 해주고 싶다.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특히 수업은 혼자서 뭘 해볼 수가 없다. 그래서 교사로서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눌 동료가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우리 학년에서 보물 같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 오신 기술가정 선생님이셨다.

오자마자 함께 벼농사를 통해 생태수업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하여 고무로 만든 화분에 흙을 사다 땅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이 없어서 가능한 시작이었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이 있었다면 더 재미있고 의미 있었을 시간이었다. 시댁에서 모내기하던 모종을 얻어다 주시고 시장에서 미꾸라지를 사다 풀고 학급 팻말을 만들어 달아주니 3주에 한 번씩 등교해도 시간만 나면 서로 자기 반 벼가 더 많이 자랐다고 자랑해대는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50일 이상의 최장 장마 기록을 세운 여름내 비바람을 견디더니 어느 날, 벼에 꽃이 피고생전 처음 보았다깨알 같은 벼이삭이 달리고 그게 무거워 고개를 숙이며 알곡을 맺었다. 햇살 좋은 가을날 아이들 손으로 하나하나 낟알을 털어내며 탈곡을 하고, 도정을 해서 마지막 떡을 만들기까지…….

3월에 세운 계획이라곤 우리 이걸로 떡 해 먹자라는 생각 하나로 시작했는데 결국 1111일 농업인의 날에 진짜로 전교생이 떡을 만들어 먹었다(물론 추가로 산 쌀이 더 많지만……ㅎㅎ). 주먹 만한 떡을 두 덩이씩 주고 하나는 같이 등교한 1학년 동생들에게 메시지를 적어 나누기로 했다. 전근 가셨음에도 모내기 방법을 영상으로 가르쳐주신 교장 선생님께도 몇 덩이 보내드리고 한 줌밖에 안 되는 벼를 쌀로 도정해주신 광명시청 공무원께도 보내드리고 근처 소방관님들께도 전해드리며 일찍이 몰랐던 나눔의 기쁨도 알게 되었다. 국어 선생님은 실시간 화상수업으로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로 벼농사의 경험을 발표할 기회를 만들어 주셨다. 역시 교사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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