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과 온라인 수업 이야기(장소연 / 서전고 국어교사) > 새로운학교 지원센터

본문 바로가기


새로운학교 지원센터

국어과 온라인 수업 이야기(장소연 / 서전고 국어교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주석샘 댓글 0건 조회 3,617회 작성일 20-10-24 22:00

본문

나는 소망한다, 정년퇴직을!

- 50대 국어교사가 온라인 수업에서 살아남기

장소연 서전고등학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며 지구촌이 전쟁터로 변했다. 학교도 전쟁터가 되었다. 적어도 50대 국어교사인 나에겐 정말로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선 전쟁이었다.

원래 태생부터 기계나 전자제품과 친하지 않다. 좋아하질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이건 꼭 있어야 하는 거라고, 이거 없는 집 없다고, 안 쓰면 후회한다고 강요하다시피 해야 마지못해 산다. 옷 입는 감각도 유행과 거리가 멀다. 대신 한번 사면 오래 쓴다. 고장 날 때까지 쓴다. 결혼할 때 산 냉장고, 세탁기도 20년을 훌쩍 넘겨 썼고, 침대도 26년만인 작년에 바꿨다. 휴대전화도 고장 나기 전엔 바꾸지 않는다. 학교도 바뀌는 게 싫어 지난 학교에선 무려 8년을 근무했다. 지루하거나 지겹지 않았다. 게으르다고 해야 하나 한결같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나의 성격은 사람도 오래 알던 사람이 좋고, 물건도 쓰던 것이 좋다. 그래서 정년퇴직이 가장 큰 소망이다. 지금까지 30년을 교사로 살았듯이 앞으로도 계속 교사로 살고 싶다. 맘 같아서는 죽을 때까지 선생 노릇을 하고 싶지만 62세가 되면 퇴직을 해야 하니, 그때까지 주변 선생님들께 폐 끼치지 않고 아이들한테 미움받지 않으며 학교 생활하다 정년퇴직을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지금까지는 수업이나 업무나 아이들과의 관계나 나름 꽤 괜찮았다. 큰 공은 없었어도 큰 과도 없이, 좋은 선생님들, 착한 아이들과 함께 즐겁고 보람 있는 학교생활을 해왔다.

그 런 데,

온라인 수업을 하란다. 청천벽력!!!

나의 삶을, 일상을, 일을 코로나 19’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라는 듣보잡은 발 들이고 싶지 않은 온라인의 세계로 나를 밀어 넣었다.

 

온라인 개학 며칠 전 - “온라인 개학은 어떻게 하는 겨라고 할 때 - 전 교사가 모였다. 언제 준비했는지 젊은 교사가 나와 온라인 수업은 무엇인지, 어떤 플랫폼들이 있는지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해 주었다. 기계치인 나는 뭔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우선 EBS 온라인 클래스에 가입하고 EBS는 고3 수능 수업 준비할 때 들어가 봐서 좀 익숙했다. - 학년 부장들이 만든 방에 들어가 하라는 대로 방을 만들었다. 이 방에 EBS 강사들이 하는 수업 영상을 복붙하면 된단다. 그럼 이게 나의 수업인가, 이 강사들의 수업인가? 찝찝하다.

다음 날, 소통 메시지가 왔다. 쌍방향 수업 방법을 알려 줄 테니 보내 주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설치하고 오란다. 열어 보니 온통 영어로 뭐라 뭐라 쓰여 있다. 둘 중에 고르는 것도 있다. 뭘 눌러야 하지? 자신이 없어 옆자리 젊은 유 선생한테 자긴 다운 다 받았어? 잘 돼?”하니 싹싹한 유 선생, “부장님, 제가 다운 받아 드릴게요. 시간 좀 걸려요.” 한다. 우와, 무지 고맙다.

 

이튿날, 또 모였다. 이번엔 노트북을 갖고 모이란다. 어제 다운 받은 것을 활용해 생생한 쌍방향 수업을 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을 알려 준단다. 거꾸로 수업을 해봤거나 온라인 수업 경험이 있는 교사 몇몇이 모여 원격수업지원팀을 꾸렸단다. 모둠별로 그 선생들이 돌아다니며 알려주었다. 순서를 못 쫓아가서 뒤늦게 따라잡느라 진땀 뺐다. 그래도 몇 번의 고비를 넘기자 내 얼굴이 나오고 선생님들 얼굴이 나오고 목소리도 들렸다. 신기했다. 그런데 이렇게 50분간 20여 명의 아이들과 수업을 하라고? 판서는? 모둠 토의는? 내가 회의방도 만들어 아이들을 초대도 해야 해? 마뜩잖았다.

 


첨부파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그누보드5
경기 화성시 반송동 126-1번지 105호 | 010-8917-2019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현주
COPYRIGHT (C) 새로운학교네트워크 ALL RIGHTS RESERVED.